시민공익활동

HOME 공익활동 시민공익활동

[현장아카데미 참여후기] 대구 여성노동운동 길 걷기: 1920에서 2026까지

작성자 : 김수현 작성일 : 2026.07.14 조회수 : 88

 

지난 613일 토요일, 대구여성노동자회는 2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대구 여성노동운동 길 걷기 : 1920에서 2026까지> 탐방을 진행했습니다.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실을 시작으로 남선물산 옛터, 고성성당과 제일모직 옛터, 영남대의료원, 전태일 열사 옛집 등 대구 곳곳의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역사를 아우르는 공간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오전에는 대구여성노동자회 공간에서 1920년부터 현재까지 100년이 넘는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를 담은 사진전을 관람하며 전반적인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김영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초대 대구지부장님이 해설을 맡아 1920년대 일제강점기 방직·제사 공장 어린 여공들의 혹독한 노동환경부터, 70~80년대 민주노조 사수 투쟁, 그리고 90년대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까지 100여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짚어주셨습니다. 김영숙 전 지부장님은 현장에 있던 여성 노동자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기억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됨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노동길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비산동 염색공단에 있는 남선물산 옛터에 도착하자 커다란 굴뚝들이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남선물산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대구 섬유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 파업을 이끌었던 곳입니다. 야간학교에 다니던 산업체 학생노동자들을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1989, 1990년 등 파업투쟁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굴뚝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거친 투쟁현장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이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으며 개성을 뽐내기도 하고, 파업현장에서 담 위에 올라가 담다디춤을 추며 신나게 투쟁했다는 생생한 설명을 들으며 당시의 현장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북구로 이동하여 근대산업 새로나길과 고성성당을 방문했습니다. 고성성당 뒤편에 조성된 근대산업 새로나길에서 북구의 섬유산업의 역사와 대표적인 기업들을 훑어본 뒤 고성성당으로 갔습니다. 고성성당은 과거 가톨릭노동사목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교육을 진행하고, 제일모직 여공들이 미사를 드렸던 장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체제에 순응을 하며 공장에서 근면 성실하게 일하도록 유도하고 순결을 강조했던, 종교의 보수적인 이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일모직 옛터인 삼성창조캠퍼스에서 점심을 먹고 현재까지 보존이 된 제일모직 기숙사를 둘러봤습니다. 지금은 담쟁이덩굴로 외벽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사실 사람이 살기에는 닭장처럼 좁아보였습니다. 그 시절 제일모직은 대구의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했던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공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삶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장소인 영남대의료원에서는 227일간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박문진 전 영남대의료원 노조 지부장님이 직접 그 때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과거 병원 내 만연했던 미스 박과 같은 호칭부터 결혼퇴직제 같은 성차별적 악습을 깨뜨린 과정, 그리고 1995년에는 간호조무사, 약사, 간호사 등 여성노동자들이 51일간의 장기파업을 거치며 당당한 투사로 성장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측의 노조파괴와 노조 간부 해고에 맞서 원직 복직을 위해 고공농성을 벌였던 엄혹한 투쟁의 기억을 나누며, 이제는 함께 웃으며 담담하게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전태일 열사 옛집을 방문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가족들과 살았던 단칸방을 둘러보며 열사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옛집에 대한 해설을 들은 후 참가자들과 아래와 같이 소감을 공유하며 전체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대구에 살면서도 몰랐던 공간과 역사를 새로 배우게 되었다."

"과거의 투쟁이 단편적인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영원한 실패가 아니라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지방선거 후 낙담하고 있었는데, 100년의 역사를 훑고 나니 연대의 힘을 얻어 가 함부로 절망하지 않겠다."

 

 

대구의 여성노동자들이 가열차게 투쟁했던 공간들을 걸으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이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구여성노동자회는 현장을 바꾸고 역사를 만들어온 여성노동자들을 잊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이어가겠습니다.

 

 


 

 

태그
공유하기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